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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22개월] 승민이 수족구병 걸리다

by 팡팡84 2024. 7. 26.

이제 겨우 중이염의 굴레에서 벗어나 어린이집 잘 다니던 우리 승민이.

그래도 자잘한 콧물과 고막 안쪽 고름(가벼운 중이염) 때문에 병원을 다니고 있었다. 주말에 콧물이 심해져서 월요일에 어린이집을 안 가고, 이비인후과 병원으로 직행! 

 

어린이집에서 수족구 전염병이 돌다

그런데 어린이집으로부터 수족구 환아가 발생했다는 연락이 왔다. 내일부터 어린이집 신나게 보내려고 준비 중이었지만, 포기하고 일단 집에서 이틀간 가정보육을 했다. 

 

놀이터에서 승민이 혼자 놀다보니 너무 심심해하는 것 같아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어린이집에 연락하여 수족구 환아가 더 있는지 문의해 보고, 이제 괜찮다고 해서 목요일부터 어린이집을 보냈다. 남은 이틀 동안 어린이집에서 신나게 잘 놀고 온 승민이. 이때까지만 해도 괜찮을 줄 알았다.

 

수족구 잠복기를 거치다

5일치 감기약을 다 먹고 난 후 다음 주 월요일에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주일날 교회 들렀다 친정에서 하룻밤 보냈다. 월요일이 되어 병원을 다녀오니, 어린이집으로부터 또 추가 확진 원아가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불안한 마음에 설마 이틀 다녀온 걸로 수족구가 전염될까 싶어 늦었지만 이번주 초까지는 집에서 가정보육하는 걸로 결정하고, 혼자 놀기엔 심심할 테니 친정 놀러 온 김에 친정 엄마와 함께 강릉 여행을 화요일에 가기로 계획했다.      

수족구 발병 D+1 고열이 시작되다

화요일이 되어 열심히 짐을 싸고 있는데 아침먹고 난 후 승민이가 "엄마, 안아!"를 외치며 엄마 껌딱지가 되어 떨어지질 않았다. 밥을 배불리 먹으면 항상 잘 놀던 아이였기에 이상해서 체온을 재보니 38도!

 

부랴부랴 병원에 다시 가보니, 목이 약간 빨갛게 부어있고 중이염도 약간 심해졌지만 38도 이상 열이 오를 정도는 아니어서  의사 선생님이 처방을 고민하셨다. 수족구가 유행하는 시기지만 육안으로 보이는 수포가 없어서 일단 항생제를 주고, 심한 고열이 나거나 귀를 부여잡고 울면 먹이라고 처방해 주셨다.

 

약을 먹고 열이 떨어진 승민이는 차안에서 잠들고 엄마와 함께 강릉으로 출발!

거의 호텔에 도착할 때쯤 다시 승민이의 엄마 껌딱지 모드가 시작되었다. 체온계를 재보니 37.5도. 그렇게 뜨거운 온도가 아닌데...? 의아했는데 아뿔싸... 체온계가 고장 난 거였다. 일단, 숙소에 짐을 풀고 침대 가드 재설치를 요청한 후 승민이에게 해열제를 먹이고 열이 내리길 기다렸다. 호텔 근처 이마트에서 승민이에게 필요한 챔프 시럽과 체온계, 시원한 수박을 사고 다시 숙소로 복귀!!

 

침대에 힘없이 누워서 엄마 찾아 울고 있는 승민이를 달래 멕시부펜과 타이레놀을 교차복용 했음에도 열이 내리지 않고, 시간은 오후 6시가 넘어 고민하다가 119에 전화를 걸어 의료 상담을 했다. 다행히 강릉 시내 8시까지 운영 중인 소아과가 있다고 안내받아 바로 차를 타고 달려갔다. 병원 가는 길에 다행히 열이 조금씩 떨어져 진료를 받았는데 여전히 미열은 있고, 강릉 병원 의사는 중이염 때문에 열이 난 거라고 단언하며 항생제를 처방해 주셨다. 그런데...

 

왜 목이 빨갛게 된건 말을 안 한 거지...? 지방은 수족구 감염병이 도는 시기가 서울이랑 다른 건가? 지금 생각해 보면 의문투성이 진료였다. 

 

컨디션이 좋아져 근처 이마트에 들러 구경하고 간단히 먹을 거리를 사고 돌아와 룸서비스로 저녁식사를 먹었다. 재밌는 얘기지만 호텔인데 룸서비스가 없었다. 그저 옆 식당에 배달 주문을 하면 되는 신기한 서비스.

수족구 발병 D+2 밥을 거부하다

수욜 아침까지 4~5시간 간격으로 해열제를 먹이며 1박을 버텼다. 어리석은 나는 당연히 승민이 컨디션이 좋아지길 기대하며 하루 더 묵을 결심까지 했었더랬지...

 

아침 뷔페에서도 제대로 먹지 않고 뱉어내기 바빴던 승민이. 결국 엄마와 의논 끝에 집으로 철수하기로 결정! 

열심히 짐을 싸고, 체크아웃 전 해열제를 먹이고 서울로 출발했다. 잠시 휴게소에 들렀으나 승민이의 밥을 먹지 않을 것 같은 기세에 떡뻥 몇 개 먹고, 배도라지 주스도 몇 입 먹다가 거부하더니 올라오는 내내 잠을 잤다. 

 

서울 도착하자마자 병원으로 다시 진료를 보러 가려다가 컨디션 좋아 보이길래 집으로 복귀. 이 어리석은 선택이란...

 

그날 밤부터 승민이가 엉엉 울기 시작했다. 밥도 먹지 않고 침을 질질 흘리면서 엄마한테 떨어지려 하지 않는 우리 승민이. 발과 손, 얼굴에 열꽃처럼 빨간 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친정엄마는 승민이 몸을 보고 이상하다 했지만 어리석은 어미는 열꽃이라며 무심하게 넘겼다. 

수족구 2, 3일차 열꽃같은 수포 증상
수족구 2, 3일차 열꽃같은 수포 증상

수족구 발병 D+3 아이스크림 첫 경험

해열제 4~5시간 간격으로 복용하며 하룻밤을 버티고 목요일에 병원 오픈런으로 달렸다. 승민이 목 안쪽을 보시더니, 

아이고, 얼마나 아팠을까... 목 안쪽 수포가 엄청 심하네

워낙 시원스런 성격의 의사 선생님이라 진료하자마자 내뱉는 말을 듣고 너무 놀라 눈물이 났다. 우리 승민이가 그렇게 아팠는데 어리석은 엄마는 너무 몰랐구나...

 

항바이러스제와 해열제를 처방받아 왔다. 감염병 진단에 어린이집 가면 안 되고 마땅한 치료약은 없으니 아이가 잘 버티는 수밖에 없다. 먹을 수 있는 건 뭐든 먹여도 좋다. 목 안쪽 넘기기 쉽게 차가운 종류로 먹여라. 바닐라 아이스크림, 요구르트 등등...

 

병원을 나오자 마자 1층 편의점에서 브라보콘 1개를 사서 초콜릿 부분은 내가 냠냠 먹고, 바닐라 부분만 줬다. 난생처음 먹는 아이스크림이 신이 나서 먹는 우리 승민이.

 수족구 3일차 처음 아이스크림 먹고 신이 난 승민이  수족구 3일차 처음 아이스크림 먹고 신이 난 승민이
수족구 3일차 처음 아이스크림 먹고 신이 난 승민이

수족구 발병 D+4 차가운 요거트로 끼니 연명

아이스크림은 3일차로 끝! 시원한 요구르트와 수박, 떡뻥으로 하루 3끼 식사를 연명했다. 이거라도 먹어주니 되었다. 우리 아들~!!!

수족구 발병 D+5 계란찜으로 식사 시작

허기가 고통을 이겼다. 요거트로는 안 되겠는지 아침에 차갑게 식혀준 계란찜을 울면서 먹었다. 짠한 우리 아들...

그만 먹을래? 물어봐도 고개를 절레 흔들며 끝까지 다 먹고,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역시 아이들은 잘먹어야 잘 놀 수 있는 게 진리인 거 같다.

 

수족구 발병 D+10 완치 판정

분명히 잘 먹고 잘 놀길래 수족구 발병 7일 차에 병원을 발병하니 아직 수포가 있어서 완치가 아니란다. 내일모레면 현충일이라 오늘부터 어린이집 보내지 않으면 안보내니만 못한데... 결국 강제 2주 가정보육을 하고 드디어 발병 10일 차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드디어 2주 반을 지나 3주 만에 어린이집 등원할 수 있었다!